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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BA 인터콘티넨털컵 2023 리뷰: 농구 클럽 월드컵을 주목하라

농구

by 앤드루입니다 2023. 2. 21.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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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대회 리뷰이기 때문에 추가 설명은 최소화했습니다.

* 4팀의 시즌 리뷰가 아닌 대회 2경기 리뷰입니다. 리그에서 보여준 경기력, 전술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FIBA

세계 최고의 팀을 가리는 FIBA 인터콘티넨털컵.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대회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현재 BCL 챔피언, BCL 아메리카 챔피언, BAL 챔피언, NBA G리그 챔피언 4팀이 참가하는 구조이다. FIBA 아시아 챔피언스컵 챔피언도 올해부터 참가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대회가 취소되면서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2023 FIBA 인터콘티넨털컵은 한국시간 211일부터 3일간 BCL 챔피언 레노버 테네리페의 홈에서 진행됐다. 지난 대회에서 6년 만에 남미팀에게 우승컵을 내준 유럽팀은 다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아프리카팀은 대회 첫 승을 거둘 수 있었을까?

참가팀 정보

레노버 테네리페

연고지 산크리스토발데라라구나(스페인)

참가 자격 2021-22 BCL 우승

최고 성적 우승(2017, 2020)

 

상파울루 FC

연고지 상파울루(브라질)

참가 자격 2021-22 BCL 아메리카 우승

첫 참가

 

리오그란데밸리 바이퍼스

연고지 에든버러(미국)

참가 자격 2021-22 NBA G리그 우승

최고 성적 4(2020)

 

US 모나스티르

연고지 모나스티르(튀니지)

참가 자격 2022 BAL 우승

첫 참가

 
리오그란데밸리 바이퍼스 70 - 91 상파울루 FC

바이퍼스 박스스코어
상파울루 박스스코어

경기 초반 제일런 레큐, 캐시어스 스탠리 등 에너지 레벨을 앞세워 골밑을 두들기던 바이퍼스였다. 심지어 재럿 컬버가 코스트 투 코스트를 시도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상파울루 2-3
2-3 지역방어 공략에 실패한 바이퍼스

여기에 상파울루는 센터를 철저히 골밑에 두는 2-3 지역방어를 사용하면서 응수했고 이 작전은 성공했다. 왜냐하면 바이퍼스에는 3점 슈터가 없기 때문이다. 바이퍼스의 시즌 3점 성공률은 33%대에 불과하고 주득점원인 레큐, 스탠리부터 3점 슛이 약점이다. 바이퍼스는 위크사이드에 4명을 몰고 핸들러에게 아이솔레이션 돌파를 맡기는 공격을 선호했다. G리그에서는 이 패턴이 먹힐 수 있어도, 골밑 수비수에게 시간 제약이 없는 G리그 밖에서는 점퍼가 없는 선수에게 쥐약이 된다.

한편 양 팀 빅맨들이 1쿼터 초반부터 나란히 파울 트러블에 걸리면서 윙 농구로 경기가 바뀌었다. 특히 바이퍼스는 빅맨이 레이 스폴딩 1명뿐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카일 휘트니, 컬버 등 사이즈 좋은 윙들이 있었다.

 

바이퍼스는 컬버를 필두로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를 스트롱사이드에 배치하여 핸들러에게 압박을 가했고 스탠리, 레큐 등 수비가 약한 선수들이 위크사이드나 뒷선에 숨었다 리바운드를 잡는 세팅을 들고나왔다. 이 작전은 2쿼터까지 이어졌으나 패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선 상파울루의 윙들은 바이퍼스의 예상보다 샷 크리에이팅이 뛰어났다. 맬컴 밀러, 마르키뇨스 소자는 컬버가 열심히 막아봤으나 이를 비웃듯이 풀업을 성공시켰다. 무엇보다, 작은 사이즈의 선수들이 골밑에 몰리면 리바운드가 약해진다. 앞선 수비수들이 잘 막아내도 수비의 마무리는 수비 리바운드이다. 상파울루가 이 점을 노리고 공격하진 않았으나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이점이다.

 

3쿼터부터는 트랜지션으로 공격 패턴을 바꾼 바이퍼스였다. 하지만 3점 옵션이 없는 건 매한가지였고 상파울루는 득점 후 수비로 돌아가기 때문에 바이퍼스가 빠르게 넘어와도 수비수들이 돌아와 있었다. 결국 돌파만 막으면 되는 양상이 지속되면서 3쿼터 3분 남은 시점에서 점수 차는 무려 30.

 

4쿼터는 전체가 가비지게임으로 흘렀다. 그나마 중반에 교체된 선수들이 힘을 불어넣으며 점수 차를 좁히고 다음 경기를 맞이하게 된 바이퍼스였다. 상파울루는 경험, 실력, 전술 모든 부분에서 바이퍼스에 앞서며 여유롭게 결승에 올랐다.

 

레노버 테네리페 112 - 42 US 모나스티르

테네리페 박스스코어
모나스티르 박스스코어

홈에서 화끈한 경기를 선보인 테네리페였다.

 

픽&롤 후 셰르마디니 킥아웃, 도너캠프 패스 후 살린 3점

테네리페는 경기 초반부터 기오르기 셰르마디니를 활용해 게임을 가져왔다. 216cm의 조지아 거인은 유럽에서 가장 픽&롤을 잘하는 빅맨 중 1명이다. 운동능력은 떨어지지만, 높이를 앞세운 골밑 마무리가 리그 최상급이고 스크린을 단단하게 건 뒤 빠르게 골밑으로 롤인하는 센스를 탑재하고 있다. 여기에 킥아웃 패스 시야도 넓으므로 앞에서 끊어내지 못한다면 굉장히 골치 아파진다.

 

테네리페의 스페인 픽&롤

불행히도 모나스티르에는 셰르마디니를 억제할 수 있는 수비수가 존재하지 않았다. 모크타르 기아자, 아흐메드 아다미 등 튀니지 국가대표 빅맨들이 상대했으나 어림도 없었고 아다미는 되려 벤치 빅맨인 프란 게라, 무사 디아뉴한테도 완패했다.

 

볼 배급은 어떤가. 마르셀리뇨 우에르타스, 브루노 피티팔도 모두 엔트리 패스가 정확하고 풀업이 장착된 픽&롤 핸들러로 안정적이다. 이들이 픽&롤 하는 사이 코너에는 사수 살린, 팀 아브로마이티스 등 스팟업 슈터들이 배치되어 있다. 모나스티르는 픽&롤을 대처하기 위해 2-1-2 존디펜스를 세우고 뒷선 2명의 포워드가 골밑 부근에서 도움 수비를 가는 전략을 꺼냈으나 테네리페의 이날 3점 슛 성공률은 57.1%(20/35)로 뜨거웠다.

 

조급해진 모나스티르는 빠르게 쫓아가기 위해 퀵 3를 난사했지만 전부 실패하면서 점수 차는 쭉쭉 벌어지게 됐고 52-16이라는 수준 차를 체감하면서 하프타임에 들어섰다.

 

3쿼터에는 모나스티르가 수비 세팅을 살짝 바꿔왔다. 테네리페가 픽&롤을 시도하면 블리츠로 핸들러를 막아놓고 나머지 수비수들이 무한 로테이션을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막기에는 모나스티르의 로테이션보다 테네리페의 패스가 먼저 도착했고 역시 오픈 3점을 놓치지 않은 슈터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반면 테네리페의 수비 로테이션은 완벽했다. 거기에 픽&롤 수비에서 블리츠, 드랍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모나스티르의 베테랑 단신 가드 제롬 랜들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NBL(호주)에서 폭발적인 스코어러로 이름을 날린 랜들이었으나 인사이드를 휘젓던 체력과 스피드가 줄었고 두 팀 간의 전력 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되려 작은 사이즈로 수비에서 집중 공략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경기 내내 모나스티르를 압도하던 테네리페는 대회 역대 최대 점수 차인 70점 차로 승리했다. 모나스티르는 지난 대회 참가팀 자말레크보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아프리카의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리오그란데밸리 바이퍼스 107 - 84 US 모나스티르

바이퍼스 박스스코어
모나스티르 박스스코어

바이퍼스는 이전 경기처럼 공격에서 빠른 트랜지션 마무리, 수비에서 전원 스위치 맨투맨 디펜스를 추구했다. 반면 모나스티르는 바이퍼스의 에너지 레벨을 저지하기 위해 2-3 지역방어로 대비했고 윙 수비를 위해 제롬 랜들을 제외하면 큰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골밑 수비에 실패하는 모나스티르. 이런 장면이 지속됐다.

하지만 모나스티르는 바이퍼스보다 움직임이 느렸다. 빠른 스피드로 밀어붙이던 바이퍼스를 전혀 따라갈 수 없었고 2-3 지역방어의 핵심인 골밑 수비수의 역량도 기량 미달에 가까웠다. 골밑 수비수가 다른 곳도 아니고 골밑에서 허수아비가 된다면 2-3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여기에 2-3 지역방어의 약점인 외곽 수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바이퍼스가 3점이 약한 팀이라 해도 대부분의 프로 선수는 연습에선 3점 슛을 잘 넣는 편이다. 모나스티르의 3점 라인 견제는 너무 느렸고 경기 초반부터 트랜지션으로 점수 차를 벌린 바이퍼스는 자신감이 붙자 오픈 찬스에서 주저 없이 슛을 던졌고 46.9%라는 고효율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재럿 컬버가 대학 시절이 떠오르는 탑에서 돌파 후 위협적인 패스를 보여줌과 동시에 외곽포가 불을 뿜어 34득점이라는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모나스티르의 1대1 공격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

하지만 모나스티르의 패착은 수비가 아니라 공격력 부재가 되겠다. 모나스티르의 11 공격이 얼마나 부실했냐면 팀 3점은 고사하고 빅맨이 스윙맨 1명을 포스트업으로 이기지도 못하며 드라이브할 수 있는 선수가 매우 한정적이다. 바이퍼스의 스위치 디펜스가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나마 랜들, 우사마 마르나우이 등 풀업 점퍼가 장착된 가드들이 기술을 사용해 득점했으나 팀원들의 한계를 극복하기엔 부족했다. 여담으로 모나스티르 대부분은 튀니지 국가대표이다.

 

바이퍼스는 완벽한 경기를 선보이며 3위로 마친 뒤 휴식기에 들어갔고 아프리카팀은 올해도 첫 승에 실패하며 세계무대와의 격차를 체감했다.

 

상파울루 FC 68 - 89 레노버 테네리페

상파울루 박스스코어
테네리페 박스스코어

마르셀리뇨 우에르타스의 엔트리 패스, 기오르기 셰르마디니의 훅 슛만으로도 테네리페는 위협적인 포제션을 만들 수 있다. 고급 재료를 사용하는 식당이지만, 주방장의 실력은 테네리페가 얼마나 많은 스크린을 사용하는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대 농구에서 3점 슛만큼 중요한 것이 스크린이다. 3점 슛으로 더 강한 세팅을 만들 수 있지만, 스크린이 없으면 세팅을 만들 수 없다. 이에 대회 4팀 중 가장 완성도 높은 팀은 테네리페가 되겠다.

 

피티팔도의 풀업 3점

테네리페의 가장 기본적인 공격은 탑에서 시작되는 픽&롤이다. 상파울루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드랍백을 사용하며 동선을 막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우에르타스, 피티팔도가 넣어주는 엔트리 패스는 상파울루가 대처할 수 없었다. 그리고 풀업 점퍼가 장착된 핸들러를 상대로 드랍백을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수비인데 상파울루는 이를 간과했다. 특히 피티팔도가 스크린을 끼고 바로 던지는 3점이 효과를 보면서 15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했고 대회 MVP를 수상했다.

 

테네리페의 플레어 오펜스, 살린의 3점

하지만 매력적이었던 공격은 슈터들을 활용하기 위한 스크린플레이였다. 최근 많은 팀이 사용하는 플렉스부터 오프볼 슈터의 덕목인 플레어 등등 코트 5명 전체가 플레이를 이해하고 움직였다. 세세히 설명하고 싶으나 전술 분석이 초점이 아니니 생략하고(필자가 용어에 약함), 아무튼 다양한 세팅 준비도가 이번 대회의 우승을 가져올 수 있었다.

 

상파울루도 경기 중반까지 타이트한 수비 속에서 3점 슛을 넣어주며 점수 차가 벌어지는 일을 막았다. 빅맨들이 테네리페의 도움 수비에 고전했으나 득점 생산력을 갖춘 윙들이 이를 만회해줬다. 나중엔 빅맨을 제외시키고 툴리우 다시우바, 마르키뇨스 소자 중심의 스몰볼을 돌리면서 추격했으나 스페이싱에 발목을 잡혔다. 결정적으로 메인 스코어러인 맬컴 밀러가 테네리페의 윙들에게 제대로 묶이면서 7득점으로 부진했다.

 

결국 그나마 득점을 올려주던 선수들이 지치면서 4쿼터 중반 이후로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렇게 테네리페가 3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인터콘티넨털컵은 막을 내렸다.

 

출처: FIBA

MVP 브루노 피티팔도(레노버 테네리페)

득점왕 재럿 컬버(리오그란데밸리 바이퍼스, 22.5)

리바운드왕 툴리우 다시우바(상파울루 FC, 13.5)

어시스트왕 일리우 코라자(상파울루 FC,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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